언론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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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 역사의 무대에 오른 ‘울산 여성독립운동가들’

  • 노동역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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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5.4
  • 70
역사의 무대에 오른 ‘울산 여성독립운동가들’
  •  김보은
  •  승인 2021.03.08 21:45

울산여성가족개발원 ‘울산여성의 독립운동’ 발간… 이순금·이효정·손응교 삶의 궤적 재구성
독립운동가 이순금, 이효정, 손응교.(왼쪽부터)
독립운동가 이순금, 이효정, 손응교.(왼쪽부터)

 

“물질적으로 육적으로 여성은 하나의 사실이다. 그러나 정신적으로, 도덕적으로, 사회적으로 여성은 영(零·zero)이다.”

1885년 출판된 책 ‘조선, 고요한 아침의 나라’에 실린 미국 외교관 퍼시벌 로웰(Percival Lowell)의 말이다. 1883년 12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한국을 방문했던 그의 이 한 마디는 당시 한국 여성의 지위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울산여성가족개발원이 발간한 ‘울산여성의 독립운동’은 이러한 환경 속에서도 항일운동의 주체로 나섰던 울산 여성의 삶을 복원하고 재해석한다.

집필진은 울산지역 연구자 위주로 구성했다.

울산대학교 역사문화학과 허영란 교수와 정계향 객원교수, 원영미 객원교수, 울산노동역사관 배문석 사무국장, 황은혜 초등교사, 백승아 초등교사 등이 참여한다.

1부의 ‘울산여성, 식민지를 살다’, ‘학교에 간 여성들’, ‘사회로 나온 여성들’은 일제강점기에 여성들이 당면했던 식민지 조건과 울산 지역을 중심으로 확인되는 여성의 교육과 사회운동 영역에서의 변화를 정리한다.

1920~1930년대 울산지역 신문기사에는 가정을 위해 희생한 여성들이 등장한다.

가난한 살림에 5~6명의 식구를 먹여 살리기 위해 장시간 노동을 해 사망한 여성, 아픈 남편의 병원비를 마련하기 위해 의원의 첩이 된 여성 등 가부장적 가족제도로 인해 희생된 여성들이 주를 이룬다.

이후 문제의식을 가진 ‘신여성’이 등장하는데 이들이 1924년 언양여자청년회, 1927년 울산여자청년회, 1929년 울산부인상회, 1930년 울산여자친목회와 근우회 울산지회 등 수많은 사회운동 단체 결성을 주도하고 운영을 맡았다.

2부의 주인공은 이순금, 이효정, 손응교다. 이들은 실명을 내걸고 삶과 활동을 구성하는 것이 어느 정도 가능한 손에 꼽히는 ‘울산 여성’이다. 여기서 울산 여성은 울산에서 태어나고 자랐거나 울산에서 활동했다는 의미다.

책은 확인할 수 있는 기록이나 사료들, 생전에 이뤄진 구술인터뷰 등을 활용해 삶의 궤적을 재구성한다.

이순금(1912~?)은 1912년 울주군 범서읍에서 태어났고 이관술(1902~ 1950)의 동생으로 언양공보를 졸업한 뒤 동덕여고보에 진학했고 독서회 조직, 적색노조 결성 등 항일운동에 참여했다. 수차례 검거, 체포됐고 서대문형무소에 네 차례 이감될 정도로 왕성한 활동을 펼쳤으나 해방 후 월북하면서 역사에서 지워졌다.

 

 

이효정(1913~2010)은 경상북도 봉화군 출신으로 울산에 와 보성학교 교사로 항일 교육을 했고 일제강점기 말 여운형이 주도한 ‘조선민족해방연맹’과 ‘조선건국동맹’에 참여해 울산과 서울을 잇는 연락책을 맡았다. 2006년 당시 생존 중인 최고령(94세) 여성독립운동가로 훈장을 받았다.

손응교(1917~2016)는 경주에서 태어나 9살 즈음 범서 입암리로 이사한 뒤 결혼하는 17살까지 울산에 살았다. 독립유공가 손후익 집안으로 시아버지 김창숙과 함께 독립운동에 투신했다. 만주와 중국을 3차례, 국내를 30여 차례 오가며 김창숙이 국내외 독립운동가에게 보내는 비밀편지를 전달했다.

3부는 일제강점기 울산에서 활동했던 주요 여성단체와 여성사회운동가를 소개한다.

두꺼운 얼음장 같은 가부장적 압력 속에서 치열하게 목소리를 냈던 여성단체와 여성활동가들을 신문과 잡지 등 단편적인 기록에서나마 찾아냈다. 여기에는 울산 출신 여학생으로 유학을 떠났던 부산과 서울에서 항일운동에 참여했다가 옥고를 치른 송명진과 이갑술도 포함된다.

울산대 허영란 교수는 총론에 “이 책은 ‘정신적으로, 도덕적으로, 사회적으로 영(零)’이었으나 시대의 모순에 맞서 항일독립운동의 주체로서 역사의 무대에 오른 울산의 여성 이야기를 만날 수 있는 첫번째 장에 지나지 않는다”며 “울산 역사에서 여성의 서사가 합당한 대접을 받는 날을 앞당기는 밑걸음이 되길 기대한다”고 썼다.

김보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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