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문화예술 ‘노동’ 꽃 피울까
‘마르지 않는 땀방울 흐르고 흘러 쌓이면 눈보다 희고 어여쁜 소금꽃 군무 내린다’(놀이패 동해누리 ‘소금꽃’공연 대사 중에서)
울산은 1962년 특정 공업지구로 지정된 이후 ‘노동운동의 메카’란 별칭이 붙을 만큼 여느 도시와 다르게 풍성한 노동문화, 노동자예술을 꽃피우고 있다. 2019년은 ‘노동’이 울산문화예술계 최대 화두가 된 한 해였다. 이런 기조가 경자년에도 이어질까?<편집자 주>
여성가족개발원 ‘울산여성사’ 첫 선
전국 노동미술가 ‘한자리’ 미술전시
울산시청자미디어센터 영상공모전
산업안전 뉴미디어 부문 신설 ‘호응’
울산시립무용단 창작 ‘울산아리아’
노동의 가치·생명력 ‘춤’으로 승화
지난해 예총 단위지회·시 산하기관
‘노동문화’ 이끌어…올해는 ‘미지수’
지역의 노동문화 개념·정체성 정립
1980년~1990년대 성과 복원 우선
‘노동문화·문학·미술제’ 등도 고민
노동자 문화향유 기회 확대 나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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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지역문화예술계의 ‘노동’창작활동의 백미는 노동자들의 생명력 넘치는 삶과 노동의 가치가 춤으로 승화된 울산시립무용단, ‘울산아리아-크레인의 날개’였다. |
# 2019 ‘노동 문화’ 빛을 보다
역동적으로 변화해온 울산의 산업역사 속 울산여성들은 노동현장 속에서 남성만큼이나 치열한 삶을 살았다.
지난해 봄 (재)울산여성가족개발원은 이러한 울산여성들의 삶의 발자취를 복원하고 여성의 노동활동과 역할에 대한 의미와 가치를 재평가하는 작업으로 울산여성사 첫 아카이브 자료 ‘울산여성 다시 봄’을 선보여 주목을 받았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주목받지 못하고 ‘울산’이라는 지역적 특색으로 인해 이중 소외를 당해온 울산여성의 목소리를 책자로 담은 작업은 울산여성의 진정한 정체성을 찾는 첫발걸음이었다.
주인공들은 정자해녀인 유순자 씨, 대한민국 전통장례꽃장식 명장 이윤희, 베트남 이주여성 양월계, 현대중공업 용접 기원 송순이, 한글서예가 김숙례, 이화약국 대표 이춘숙, (사)한국호스피스협회 울산지회 회장 이태옥, (사)한국불교호스피스협회 대표 능행스님 등이었다. 이들은 남성중심 공업도시인 울산에서의 치열한 노동활동 속에서 인생의 희로애락, 산전수전을 다 겪으면서도 언제나 희망을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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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산노동역사관과 (사)울산민족미술협회는 지난해 7월 2일~8일 울산문화예술회관에서 ‘노동미술-2019 푸른 작업복의 노래’ 전을 열었다. 이원석 작 ‘오늘도’ |
여름에는 울산에는 전국 내로라하는 노동미술가들이 모여들었다.
울산노동역사관과 (사)울산민족미술협회는 지난해 7월 2일~8일 울산문화예술회관에서 ‘노동미술-2019 푸른 작업복의 노래’ 전을 열었다. 전시에는 30년 넘게 노동미술 분야에서 한 길을 걸어온 성효숙, 박은태, 박영균 등을 비롯해 전국에서 작가 39명이 참여해 회화, 사진, 영상, 조각, 설치미술 등 다양한 장르의 시각예술을 선보였다.
전시장 중앙에는 울산지역 노동자들의 작업복 200벌로 짜깁기해 만든 설치 미술 작품이 ‘푸른 작업복의 노래’라는 작품으로 소개됐다. 세상과 노동자가 서로 대면하고 하나가 되는 모습을 표현한 윤은숙 작가의 회화 ‘우연한 밭에’, 2m 높이 조소작품으로 아침 출근길 모습 속에 우리 삶 속 희로애락을 담아낸 이원석 작가의 ‘오늘도’도 큰 주목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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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산노동역사관과 (사)울산민족미술협회는 지난해 7월 2일~8일 울산문화예술회관에서 ‘노동미술-2019 푸른 작업복의 노래’ 전을 열었다. 윤은숙 작 ‘우연한 밭에. |
지난해 미디어 분야에서도 ‘노동’이 화두가 됐다. 시민이 직접 ‘노동’이라는 주제로 영상을 제작함으로써 노동자 문제가 우리 모두의 문제이며, 우리 모두가 노동자라는 인식을 확산시키기 위해 여러 시도가 있었다. 특히 울산시청자미디어센터는 ‘누구나 노동자, 모두가 노동자’라는 슬로건으로 2019 노동자영상공모전이 눈길을 끌었고, 지역특색에 맞춰 산업안전을 주제로 한 ‘산업안전052’ 뉴미디어 부문을 새롭게 신설해 호응을 얻었다.
이인균 울산시청자미디어센터 센터장은 “노동자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는 데 중점을 두고 공모를 진행해 ‘누구나 노동자, 모두가 노동자’라는 슬로건은 울산지역에 부합하는 주제로 주목 받았다”며 “업종과 형태를 불문하고 모든 노동자의 권익을 향상하자는 담론을 형성하는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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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산시청자미디어센터는 지난해 ‘누구나 노동자, 모두가 노동자’라는 슬로건으로 2019 노동자영상공모전을 열어 눈길을 끌었다. 사진부문 수상작 박미애 ‘출근길’. |
지난해 지역문화예술계의 ‘노동’창작활동의 백미는 노동자들의 생명력 넘치는 삶과 노동의 가치가 춤으로 승화된 울산시립무용단, ‘울산아리아-크레인의 날개’였다.
지난해 초부터 준비에 들어가 12월 6일 울산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선보인 이 작품은 노동의 숭고함이 상실되어가는 현실에서 노동의 가치와 생명력 넘치는 삶을 되찾아가는 과정을 춤으로 잘 그려냈다는 호평이 쏟아졌다.
울산시립무용단 홍은주 예술감독은 “역동적인 산업도시 울산의 다양한 면면을 한 편의 음악으로 해석해내고, 그 안에서 펼쳐지는 숭고한 노동을 춤의 언어로 찬미한 작품”이라고 밝혔다.
이외에도 놀이패 ‘동해누리’는 <소금꽃>을 주제로 무대를 펼쳐 비정규직노동자들의 억울한 죽음을 위로했고, 창작집단 ‘달’도 <뭍으로 나온 처용>을 타이틀로 노동과 울산지역역사콘텐츠를 융합해 공연을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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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산노동역사관과 (사)울산민족미술협회는 지난해 7월 2일~8일 울산문화예술회관에서 ‘노동미술-2019 푸른 작업복의 노래’ 전을 열었다. 사진은 곽영화 작품. |
# 울산 ‘노동문화’ 어떻게 꽃 피울까 고민해야
울산에서 ‘노동’을 화두로 한 적극적인 문화예술활동이 올해에도 가능할까에 대해선 선뜻 ‘그렇다’하고 답하기 꺼리는 분위기다. 지난해 노동문화를 이끈 것은 (사)울산예술단체총연합 소속 단위지회, 시 산하 기관정도다.
울산지역 최대 문화예술단체인 (사)울산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는 예술창작활동에 ‘노동’을 접목하기에는 현실적으로 무리라는 지적이다.
울산문화예술계에서 ‘노동문화’를 주제로 올해 창작활동을 준비하는 곳은 아직은 눈에 크게 띄지 않는다.
송철호 시장이 취임당시 스스로를 ‘노동 시장’이라 밝힌 만큼 노동 관련 행사(축제) 등을 기획하면서 ‘노동문화예술’을 통해 정체성을 세울 필요도 있겠다.
이를 위해서는 울산이 특정 공업지구로 지정되면서 자연스럽게 형성돼온 지역의 ‘노동 문화’에 대한 개념(아이덴티티)과 정체성 정립부터 필요하겠다.
노동운동이 전성기를 맞은 1980년~1990년대 노동 현장의 문화운동 기록을 정리하고, 그 속에서 의미 있었던 성과들을 복원하는 작업이 우선돼야한다.
그리고 가칭 ‘울산노동문화제’ 등도 고려해 봐도 좋겠다. 울산 노동운동의 기점이 됐던 ‘노동자 대투쟁’ 일정에 맞춰 8~10월 중 노동문학제, 노동미술제, 노동연극제 등의 다양한 문화행사를 고민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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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산노동역사관과 (사)울산민족미술협회는 지난해 7월 2일~8일 울산문화예술회관에서 ‘노동미술-2019 푸른 작업복의 노래’ 전을 열었다. 연기백 작 ‘우아한 감각’ |
민주노총 이재헌 문화사업담당은 “울산은 이름뿐인 ‘노동자의 도시’로, 노동자들이 힘든 노동 끝에 재충전할 수 있는 기반시설이나 사업프로그램들이 전무하다”면서 “올바른 노동문화가 형성되고 많은 노동자들이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기회가 확대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곽영화(미술평론가·서양화가)씨는 “인간은 고대부터 다양한 노동으로 자신의 삶과 가족공동체와 사회공동체를 발전시켜 왔다”며 “노동존중 세상을 예술적으로 풀어내는 창작활동은 무척 중요하며, 이는 향후에도 지역문화예술계의 꾸준한 화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